1. 생수 Livingwater
  2. 비디오 Video
  3. 명언
  4. 북부보스톤교회
  5. 링크 Link
  6. 좋은글
  7. 플레너 Planner
  8. 책읽기

hopetoday.jpg

인간 예수의 삶은 성공적이었을까? 이에 대한 실증적 답변을 듣기는 쉽지 않다. 예수의 어록을 담았다는 Q를 통해서도 인간 예수의 삶 전체를 재구성해낼 수는 없다. 그의 인간적인 소소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유감스럽지만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무슨 색깔을 좋아했는지,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했는지, 부모와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청소년기는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책을 즐겨 읽었는지, 우리는 그러한 것을 거의 알 수 없다. 물론 예수의 죽음 이후 부활을 목격했던 그리스도인들은 그러한 예수라는 인간의 삶 그 자체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복음서에는 그러한 내용들이 거의 들어있지 않다. 과연 십자가의 삶이 그의 삶의 목표였는지는 그 인간 예수의 삶을 통해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부활의 사신과 함께 신앙되는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서는 분명하다(Ingolf U. Dalferth, Malum, p. 470-486).

우리는 교리적으로, 그리고 사도바울이 증언하는대로 그의 십자가와 부활, 죽음과 생명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을 통해 가능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예수의 삶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감춰져있고 우리의 관심도 아니었다. 예수의 삶을 닮기를 원하지만 그 삶이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부활의 생명을 경험한 그리스도인들은 그 부활의 눈을 가지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절규 속에서 예수 자신의 삶 자체에 대한 성취나 만족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 인간 예수의 삶 "내"에서 그의 삶은 성공적이기는 커녕 극단적인 실패였을 뿐이다.

왜 이 사실이 오늘에야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가. 때로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 정의나 사랑을 논하고 전한다. 그리고 마치 마침내 정의가 승리할 것처럼, 끝내 사랑만이 남을 것처럼 말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에 믿음과 희망을 건다. 아마도 분명히 그렇게 될 것이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마치 추리소설의 끝에서 책 전체의 고리들을 꿰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때로는 죽음 이후에 우리의 삶이 보상된다고 선포되기도 한다. 분명 하늘의 상급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소망하기에는 우리 삶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겁다. 도대체 위선과 무엇이 다른가. 더 나아가, 제아무리 치열하게 정의와 사랑을 위해 산다고 하여도, 남들이 쉽게 가는 길을 택하지 않고 시비를 바로 가려 정도를 걷는다 하여도, 기꺼이 남을 위해 희생하고 섬기며 봉사하고 산다고 하여도, "나"의 인생 마지막은 "부엉이 바위" 위가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업습한다.

희망이란 단순히 저 먼 미래의 성취에 대한 기대가 아니다. 그런 것이라면 이런 두려움을 나는 넘어설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인생이란 그 어떤 죄 없는 사람도 십자가의 절규로 끝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십자가 위의 예수가 부활을 몰라 절규했는가? 단순히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소리를 질렀는가? 융엘의 말대로 대체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는 절망과 분노, 좌절과 탄식이었던 것이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이 완전한 절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순수한 희망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 그것은 망상이나 환영일 뿐이다. 그래서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일구는 것이다. 일군다는 것은 미래가 아닌, 오히려 과거에 대한 바라봄이다. 희망이 미래로부터 올 수 있는 것이라면, 오늘은 어제의 희망이었다. 단순히 시간이 흘러 어제가 오늘이 되었다고 희망이 성취된 것이 아니라 오늘이 희망이 되어줄 때, 어제를 살았던 이들의 희망이 참이 되게 하는 그것이다.

1주일 전 부엉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그"(der Mensch)가 아니라 "어떤 사람"(ein Mensch)이 되어야 한다.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어떤 이들의 죽음이어야 한다. 이름 없는 이들의 죽음. 민주주의의 기대가 상실된 이들의 죽음, 보호받지 못한 인권으로 좌절된 이들의 죽음, 첫째가 되지 못한 이들의 죽음, 가난한 자들, 주린 자들, 목마른 자들의 죽음. 그 모두가 이름 없는 이들. 우리는 그들이 실질적으로 호흡하게 해줄 수 없다. 물론 예수와 같이 부활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 예수의 죽음 속에서 하나님의 모든 인간을 향한 사랑을 보았던 초대 그리스도인들처럼, 우리는 저 무명씨들의 죽음 속에서 무언가를 보아야만 한다. 바로 그 순간에만, 나는 나를 내내 둘러싼, 정의롭게 살았음에도 정의 없이 죽으며, 사랑하며 살았음에도 사랑 없이 죽는 오늘날의 무서운 현실 속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 희망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며, 희망이 되어준 자들에게만 희망이다.

출처: 안희철의 사진 일기, http://dabia.net/xe/ahn/256901

 

조회 수 :
1908
등록일 :
2009.06.19
17:58:41
엮인글 :
http://www.yonghwankim.com/2159/51a/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www.yonghwankim.com/215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조회 수 날짜
19 환자들은 진실을 원한다 imagefile 2702 2009-07-14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 어느 날 질병이 악화되어 삶이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싶을까? 가족에게는 사실을 알릴 것인가? 매년 20만 명의 환자들이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만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18 가정의 나 가상의 나에 대한 집착 / 배영순 imagefile 3075 2009-07-08
가정의 나, 가상의 나에 대한 집착 우리는 왜 당당하지 못하고, 왜 주저하게 되며, 왜 매사에 걸리고 장애에 부딪히게 되는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고집과 집...  
17 요한 웨슬리의 기도 imagefile 3328 2009-07-01
"나는 이제 내 것이 아니고 주님의 것입니다. 나를 주님이 원하시는데로 써 주소서, 주님을 위해서라면 높은 데나 낮은데나 가리지 않게 하소서, 주님을 위해 살다가 주님을 위해 고통도 받게 하소서, 주님을 위해서라면 일...  
16 내가 만난 노무현 / 하승창 imagefile 1845 2009-06-30
노무현 그가 죽었다. 언제나 확신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과연 그리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나와 노무현 대통령. 물론 사적인 관계는 전혀 없다. 그와 만난 것은...  
15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 image 2553 2009-06-30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 "웨스터민스터 대성당의 지하묘지에 있는 영국성공회 주교의 묘비에 있는 글 입니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14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imagemovie 2295 2009-06-30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  
13 아버지란 image 1896 2009-06-30
아버지 --> --> --> --> 아버지란!!!.....  
12 구원을 향한 삶 / 전철 imagefile 1732 2009-06-30
구원을 향한 삶 | 잠언 4:20-27 2008년 7월 22일, 성령강림절 열째 주 화요일 : 잠언 묵상 아이들아,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내가 이르는 말에 귀를 기울여라. 이 말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말고, 너의 마음 속 깊이...  
11 행복의 비결 imagefile 1784 2009-06-28
행복의 비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최선에 도달하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어차피 도달할 수 없는 건 포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사이...  
10 인생에 필요한 12명의 친구 imagefile 1989 2009-06-27
◆ 믿고 의논할 수 있는 든든한 선배 현대인들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너무 많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 둔다든가 옮긴다든가. 이렇게 정답이 없는 질문들과 부딪쳤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나보다 먼저 ...  
9 알고 보면 다 "괜찮은 사람" imagefile 1739 2009-06-23
결혼생활 10년을 코 앞에 둔 친구가 얼마전 털어놓은 얘기다. "이제야 남편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친구는 한동안 남편을 참 못마땅해 했다. 실직을 했으면 이리 저리 뛰면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8 노무현과 기독교 imagefile 1946 2009-06-22
홍석환 목사/북부보스턴 한인연합감리교회지난 5월29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국민장으로 열렸습니다. 일주일동안 전국적으로 5백만 명이 조문했고, 백 만명이 봉하마을을 다녀갔고, 노제에 모인 사람들 만해도 40만 명 넘었다...  
» 희망은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다 imagefile 1908 2009-06-19
인간 예수의 삶은 성공적이었을까? 이에 대한 실증적 답변을 듣기는 쉽지 않다. 예수의 어록을 담았다는 Q를 통해서도 인간 예수의 삶 전체를 재구성해낼 수는 없다. 그의 인간적인 소소한 것들이 우리에게는 유감스럽지만 알려져...  
6 이념과 쏠림에서 이성과 중용으로 imagefile 1846 2009-06-19
박명림 교수 한국 사회는 갑자기 다가온 태풍 하나를 막 보냈다. 아니 진정한 태풍은 아직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 인간들은 늘 사태가 지나간 뒤에야 그 본질을 깨닫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사상 최초의 사태로부터 배워 조...  
5 아저씨같은 대통령 imagefile 1595 2009-06-19
단짝’ 원창희 회장이 회고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변 사람들에게 고인과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인지 물으면, 대부분 주저없이 원창희(63) 오앤엔통상㈜ 회장을 꼽는다. 16일 원 회장의 부산 사무실을 ...  
4 창조과학 지적 설계론은 사이비 imagefile 3070 2009-06-19
“진화론에 대한 두려움서 출발 역사와 신과의 관계 단절시켜” 과학과 종교의 중첩지대 등 모색 종교의 유통기한은 이제 끝나지 않았나? 세 사람의 젊은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호남신학대에서 조직신학, 종교와 과학 등을...  
3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imagefile 1890 2009-06-19
정용섭 목사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 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3일 새벽에 고향마을 뒷산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예순 셋의 젊은 전임 대통령이었다.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소중한 일들이 많았는데,...  
2 대통령의 노래 - 편혜영 imagefile 2018 2009-06-19
어렸을 때만 해도 별다른 놀이가 없어 자리만 있으면 두 친구 무릎에 줄을 걸어두고 고무줄넘기를 하며 놀았다. 그때 우리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원한이여 피에 맺힌 적...  
1 휩쓸리는 사회 - 김영명 교수 imagefile 2244 2009-06-19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그를 추모하는 열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대단한 열기였다. 며칠 전에는 6.10 대회가 서울 광장에서 열렸다.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한 경찰과 강행하는 참가자들 사이에 상당한 긴장이 감돌았다. 다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