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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중국인 처녀 화가의 꿈

[연합뉴스 2007-06-18 20:52]

 

(안동=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귀가 들리지 않는 중국인 처녀가 경상도 안동에서 미술을 배우고 있다. 국립 안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있는 위엔민(袁敏.27.4학년)씨가 그 주인공이다.

자그마한 몸집의 위엔민 씨는 영어는 물론 우리말 실력이 뛰어나 비장애인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다.

물론 그녀의 대화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종이 위에 우리말이나 영어 글자를 적어 나누는 대화는 그러나 거의 막힘이 없다. 가끔 모르는 낱말이 나올 때면 얼른 전자사전을 꺼내 무슨 뜻인지 알아내고야 만다.

그녀가 안동을 찾은 것은 지난 2005년 3월로 상하이대학 미술학과를 휴학한 뒤 무작정 한국이 좋아 황해를 건넜다.

1년 동안 학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이듬해인 2006년 3월에 서양화 전공 3학년생으로 정식 편입했고 그 뒤 지금까지 3학기 동안 열심히 붓과 팔레트를 들고 그림 그리기에 몰두해 오고 있다.

안동에서의 생활을 막 시작할 때는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청각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아 마음고생도 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해 첫 학기때 장학금을 받는 등 중국 여성의 당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후배 3명과 한 방을 쓰고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맏언니 노릇을 모범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생활태도 덕분에 교수님과 학우들의 칭찬과 격려,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이수진(20.자연대 1년)씨는 "위엔민 언니는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자신있고 또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어서 배울 점이 참 많다"고 말했다.

위엔민 씨가 청각을 잃은 사연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외동딸인 그녀는 원래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부모님이 모두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이 맡아 키우게 된 게 화근이었다.

아기를 맡은 집안 사람들이 상습적으로 아기를 때렸고 결국 고막을 다치게 됐던 것.

커가면서 다른 사람이 말하고 웃을 때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아 무척 고통스러웠고 탁아소나 유치원도 갈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 시절 부모님의 극진한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됐고 지금껏 비장애인 못지 않게 당당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살바도르 달리와 반 고흐를 좋아한다는 위엔민 씨는 사정이 허락한다면 안동대 졸업 후 미국으로 가서 미술 공부를 더 하거나 컴퓨터 등 다른 분야도 공부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가 배운 것을 갖고 세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장애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싶습니다. 전체 장애인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장애인은 사회의 번거로운 존재가 아니라 사회의 기둥이라는 것입니다". 위엔민 씨는 또박또박 써내린 우리말로 소리없이 말했다.

yongmin@yna.co.kr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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