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
경제 위기는 최악을 면했다지만 실업자 수는 늘고 있다. 대기업의 고용은 줄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외면받는다. 일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시사IN>이 안철수·박원순의 해법을 들어봤다. 박형숙 기자 |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나? 안철수(안):실물경제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경제 위기의 주범이 되었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기술도 단순 반복적인 일을 줄여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조적인 노동을 하자고 발전해온 것인데, 지금은 기술 개발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오히려 사람이 기술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모든 사회문제는 어떤 ‘창’을 통해서 불거진다. 예를 들면 벤처 거품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벤처기업으로 불거진 것이지, 벤처 그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번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근본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창을 통해 계속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원순(박):이번 금융 위기가 단지 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경제 질서의 본질 문제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성장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 그동안 지구에 존재하는 유한한 자원에 기초해 성장해왔는데 자원은 과연 계속 공급되는 재화인가. 둘째, 무역은 무조건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영국에서 사용하는 생산품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라고 한다. 막대한 수송비에도 불구하고 싸니까 중국제를 쓰는데 이는 중국 노동자의 희생에 바탕한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데 이 부분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셋째,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간다고 믿어왔는데 과연 그런지 자문해봐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의 시대에 어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가? 안:대개 사람들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하면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 아는 게 많다. 기업의 ‘기’자를 ‘바랄 기(企)’자로 쓰는 경우, 비즈니스맨십이나 경영자 마인드를 뜻한다. 반면 ‘일으킬 기(起)’자를 쓰는 경우는 기존에 없던 직업을 만든다는 의미다. 전자는 현상 유지와 기득권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신’이라는 말과 매치가 안 된다. 기업가 정신의 본래 의미는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기득권에 도전해서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이다. 실직자가 자영업자로 변신하는 것도 대단한 기업가 정신이다. 박:기업가 정신은 단지 경제활동을 주도하는 계층이나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같은 일반 사람도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부분이 생겨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사회적 기업이 시장 내에서 일정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고, 정부와 기업이 서로 경계를 침범하며 융합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기 자본주의 역사에서 막스 베버가 말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같은 윤리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기업의 혁신 노력은 결국 이윤 창출을 위해서가 아닌가? 안:모든 사람이 기업의 목적을 수익 창출이라고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가 만든 반도체를 보고 성능이 좋으면 소비자는 그 회사가 값을 부르는 대로 산다. 결국 수익은 기업 활동을 잘하면 나오는 결과이지 수익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얘기다. 수익을 목표로 불량식품을 만든다고 그게 팔리겠나. 기업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의 고용 수준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200만명이었다면 지금은 130만명에 불과하다. 지금은 글로벌한 일자리가 많이 생겼는데도 고용이 과거보다 줄었고 앞으로 더 줄 것이다. 정부에서 대기업에 고용을 늘리라고 하지만 이것은 세계 추세를 모르고 하는 주장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쪽에서 일자리를 만들려고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자리들이 건전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개인의 힘으로는 안 된다. 대기업도 혼자 성장한 것이 아니지 않나. 이들은 더욱 사회적 약자 그룹이기에 정부·대학·시민이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한다.
안:우리는 실리콘밸리를 성공의 요람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반대다.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요람이다. 100개 창업하면 99개가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게 실리콘밸리의 힘이다. 도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 실패한 기업가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 결국 이들은 1000배의 성공을 거둬 이전의 99번 실패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성과를 낸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생겨나고 가치도 창출된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 실패하면 절대로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만 마련되어도 기업가 정신은 살아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 인프라가 필요할까? 안:우선 투자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투자는 이익이 나면 함께 나누고, 손해를 봐도 함께 책임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다. 이면 계약을 통해 빚을 지면 물어내라고 한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투자자와 경영자가 함께 참여하는 개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반면 ‘눈먼 돈’(정부의 직접 지원자금)은 문제다. 원래 덤핑은 잘나가는 회사가 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안되는 회사가 덤핑을 한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계속 눈먼 돈이 공급되니까 망하지 않는다. ‘좀비 이코노미’라고 하는데 좀비 하나가 멀쩡한 사람들을 물어 모두 좀비로 만들 수 있다. 눈먼 돈을 없애야 시장이 작동한다. 실리콘밸리의 핵심은 퇴출도 잘되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도 주는 것이다. 박:내 눈에는 일자리가 사방에 널려 있다. 문제는 사회적 인식이다. 대기업이나 공무원직을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농촌이 블루오션이다. 단지 농사를 짓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요즘에는 가공·유통·관광까지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예술과 농업이 결합한 사례도 있다. 쌈지의 천호균 사장은 ‘농업이 최고의 예술’이라면서 회사 홈페이지에서 농산품 판매를 시작했다. 농업과 관광, 농업과 IT, 이런 창조적 융합이 필요한 시대다. 정권마다
농업에 얼마나 많은 지원금을 쏟았나. 하지만 다 농민의 빚이 되었다. 직접 지원보다는 중간 지원기관을 늘려 지속적으로 도시와 농촌의 다리 구실을 해주어야 한다. 출처: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39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