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3주간 세계를 들썩이게 한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 대회)가 끝나고 시상식이 열렸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이 대회를 7년 연속 제패한 '황제' 랜스 암스트롱(38.미국)은 3위에 그쳐 전유물처럼 여겨진 노란색 저지(개인종합 우승자가 입는 옷)를 알베르토 콘타도르(27.스페인)에게 넘겼지만 가족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었다.

   고환암과 그로 인한 뇌 조직과 폐기능 손상, 여러 차례 이혼, 약물복용설까지.

   사이클을 타면서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살아왔던 암스트롱이 또 하나의 인간 승리를 외쳤다.

   2005년 은퇴한 뒤 지난해 9월 3년 반 만에 전격 복귀를 선언한 암스트롱이 투르드 프랑스에서 3위를 차지한 것에 미국 언론은 크게 주목했다.

   7년 연속 우승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승리'로 자연에 순응해가는 '인간적'인 면이 더 부각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20대와 체력 대결이 무의미한 만큼 3위를 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평가다.

   암스트롱은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했고 나보다 훨씬 훌륭한 후배들과 레이스를 벌였다.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내년에는 더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암스트롱은 1976년 프랑스 레이몽 폴리도(당시 40세) 이후 3위 안에 든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선수다.

   1위 콘타도르와 2위 앤디 슐렉(25.룩셈부르크) 등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젊은 후배들과 3천459.9㎞ 대장정 동안 대등한 체력전을 펼쳐 세계 장년층에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다.

   지난 3월에는 빗장뼈를 다치는 등 복귀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은퇴 후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 암퇴치 홍보활동을 펼치며 꾸준히 체력을 관리했던 덕분에 불혹이 가까운 나이 일반인은 상상조차 힘든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시작부터 암스트롱에게 쏟아진 관심은 지대했다. 황제의 복귀전이었던 덕분에 올해로 96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어느 때보다 놓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미국 스포츠채널 버서스의 시청률은 전년 대비 최고 95%까지 늘었고 웹사이트 트래픽과 동영상 조회 수 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로빈 윌리엄스, 벤 스틸러, 매튜 매커너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미국의 영웅'을 직접 찾아가 선전을 부탁하는 등 암스트롱은 대회 기간 내내 뉴스의 중심에 섰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사이클연맹의 회원은 암스트롱 복귀 후 다시 예년의 증가세를 회복했다.

   암스트롱이 투르 드 프랑스를 석권했던 시절에는 해마다 5.5%씩 회원이 늘다가 은퇴 후 3.5~4%대로 감소했고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콘타도르와 라이벌 관계는 흥미를 배가시키는 노릇을 했다. 비욘 보리-존 매켄로, 로저 페더러-라파엘 나달(이상 테니스)의 관계로 비쳤을 정도다.

   암스트롱과 콘타도르는 카자흐스탄에 연고를 둔 아스타나팀 소속으로 한솥밥을 먹었고 콘타도르가 챔피언을 차지하는 '리더', 암스트롱은 리더를 돕는 '팀원' 노릇을 맡았다.
그러나 우승을 서로 꿈꿨던 둘은 시종 갈등 양상을 빚었고 공개적인 비난도 터져 나왔다. 결국 17구간 이후 페이스가 떨어진 암스트롱이 팀원 노릇에 전념하면서 임무가 정리됐지만 이들의 경쟁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암스트롱은 내년 투르 드 프랑스에는 '라디오샤크'라는 팀을 따로 만들어 8번째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물론 콘타도르는 이 팀에 합류하지 않고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형성할 전망.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27일 인터넷판에서 '콘타도르가 암스트롱의 기록을 깰 0순위 후보임을 유감없이 입증했다. 특히 험준한 알프스 산악지형에서 시간당 1천850m의 속력으로 주파했다. 이는 암스트롱의 시간당 1천700m 속력과 비교하면 대단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어 '암스트롱은 체력이 떨어진 대신 더 영리하게 레이스를 치렀고 여유도 생겼다. 암스트롱은 '올해는 콘타도르가 워낙 뛰어났지만 내년은 얘기가 다를 것'이라며 다음을 벼르고 있다'면서 둘의 자존심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cany9900@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9/07/27 14: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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