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아마 5살쯤 되었을 때라고 기억됩니다.
제가 살던 전북 익산군 용안면 중신리 저의 집 뒤 우물가 옆에는 세풍이라는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 소년은 저보다 한 살 아래였습니다.
세풍이는 부모님 이외에도 할머니도 함께 살았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세풍이 집에 가서 세풍이 할머니와 놀기를 좋아했습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려 주며 자상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해마다 10월 10일이 되면 용안초등학교 (당시는 국민학교)에서는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아직 어려 그 학교에 입학도 않했는데 할머니보고 운동회에 가자고 졸랐습니다.
그 날 아침 할머니는 제 손을 잡고 용안 초등학교 운동회에 가셨습니다.
할머니는 싸 가지고 오신 점심 도시락도 주시고 솜 사탕도 사 주셨습니다.
저녁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 올 때 저는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저를 운동회에 데리고 가서 놀아 준 할머니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습니다.
그 다음날 새벽이었습니다.
이웃 집에서 통곡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어머니께서 어제 운동회에 같이 갔던 세풍이 할머님이 돌아 가셨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몇 시간 전까지도 건강하셨던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저는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인지 모르지만 저는 매일 그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지냈습니다.
눈만 뜨면 집 앞에 있는 논 두렁에 멍하니 앉아서 할머니를 생각했습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죽음 후의 세상이 어떤 것인지 꼭 알고 싶었습니다.
제가 죽으면 그 할머니를 만날 수 있는 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도 찾지 못한 체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질문에 대하여 한 동안 잊어 버리고 살았습니다.
어디를 향하여 왜 가는지도 모르고 아무런 생각없이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