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 목사/북부보스턴 한인연합감리교회
지난 5월29일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국민장으로 열렸습니다. 일주일동안 전국적으로 5백만 명이 조문했고, 백 만명이 봉하마을을 다녀갔고, 노제에 모인 사람들 만해도 40만 명 넘었다고 합니다. 마음속으로 지지했던 대통령의 서거소식은 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더욱 저를 우울하게 만든 것은 기독교인도 아닌 대통령이 기독교 정치인들보다 더 한국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온갖 권위주의와 지역주의, 분단 고착, 빈부 갈등과 같은 문제를 타파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점입니다. 정치인이었지만 정의롭고자 애썼고, 권력을 잡고도 힘없는 자들 편에 서려 했고, 뻔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원칙과 상식의 길을 걸었고, 두려움과 불이익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를 사람들은 우직한 바보, 존경하는 바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바보 정치인이라 불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 편에서 얼마든지 기득권을 확보하며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바보들은 노무현이 아니고 우리 그리스도인의 몫이 아니었던가요?
예수를 따르고 구세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현세적인 축복과 교권을 물질적인 번영의 수단으로 삼고, 기도의 능력으로 더 출세하기만 바랄 뿐,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려는 지도자는 별로 없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의 원로로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목회자도 찾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교회는 사회에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잊을 만하면 대형 교회의 스캔들이 터져 나오고, 기독교인들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행동이 자주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교회는 날로 도를 넘어 이젠 증오의 대상이 되고 교세는 날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나는 은혜로운 기독교 영화보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겉도는 신자, 피상적인 교회, 힘을 잃은 종교에 환멸을 느끼는지를 객관적으로 잘 보여 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날마다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당당하고 심지 곧은 그의 일생을 되돌아보고,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수백만의 인터넷 추모 댓글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도대체 교회에서 말하는 구원이라는 게 무엇일까? 회개하고 새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은 또 어떤 것일까? 교회는 왜 있어야 하나? 또 믿는다는 것이 무엇이길레 믿는 사람은 기득권에 연연해 살고, 믿음을 갖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기독교인보다 더 기독교적인 것일까? 대통령의 죽음을 보고, 그 죽음에 대한 수백 만 명의 반응을 보면서 “기독교인 됨”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목사이시고 뉴라이트 상임의장으로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 되게 하는데 크게 공헌하신 김 아무개 목사님의 글이 저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자신의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청소년의 모방 자살이 염려된다고 하였고, 죽을 정도로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법적으로 따져야 하지 왜 자살 하였는가 따졌습니다. 야고보서 3:1절을 인용하면서, 자질과 능력이 없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 불행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때가 있는 법,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있었던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한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보는 게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아픔과 탄식에 영적 감수성을 잃은 교회의 모습입니다. 대통령의 죽음 후에 보인 대형 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듣자니 참 서글프고 더욱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 믿지 않으면 그 누구도 지옥 갑니다. 자살은 구원받지 못합니다.” 그렇게도 할 말이 없었던가?
1985년 2월 이리중학교 국어 교사로 있다가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에 복직한 안도현 시인은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 조시에서 가신 대통령을 이렇게 추모했습니다.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무거운 권위주의 의자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끝도 없는 지역주의 고압선 철탑에서/ 버티다가 눈물이 되어 버티다가/ 뛰어내렸어요, 당신은 편 가르고 삿대질하는 냉전주의 창끝에서/ 깃발로 펄럭이다 찢겨진, 그리하여 끝내 허공으로 남은 사람/ … 고마워요, 노무현/ 아무런 호칭 없이 노무현이라고 불러도/ 우리가 바보라고 불러도 기꺼이 바보가 되어줘서 고마워요/저 가증스런 낯짝의 거짓 앞에서 슬프다고 말하지 않을래요/ …당신한테 고맙고 미안해서 이 나라 오월의 초록은 저리 푸르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미워하지 않잖아요/ 아무도 당신을 때리지 않잖아요/ 당신이 이겼어요, 당신이 마지막 승리자가 되었어요/ 살아남은 우리는 당신한테 졌어요, 애초부터 이길 수 없었어요/ 주님, 노무현 스럽지도 모했던 저희들을 용서하소서. 우리 모두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