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10년을 코 앞에 둔 친구가 얼마전 털어놓은 얘기다. "이제야 남편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 친구는 한동안 남편을 참 못마땅해 했다. 실직을 했으면 이리 저리 뛰면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를 써야할텐데 그 남편은 6개월 동안 골프만 쳤다고 한다. 때때로 남편의 경력에 맞춤한 직장 얘기를 들으면 눈치보며 그 정보를 전해줬지만 남편의 반응은 시큰둥했던 모양이다.
친구의 불만은 "필요하면 세상과 싸우면서 자기것을 챙길 줄 알아야하는데 싸우는게 싫어서 아예 싸움 자체를 피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서 장애물을 돌파해야 하는데 남편은 외려 소망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면서 견딘다"는 것이었다.
소극적이고 답답한 남편이라며 속을 끓이던 친구였는데 몇달만의 만남에서 "도대체 왜 저럴까 하던 남편이 그럴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쪽으로 이해가 되고 그래서 괴로움을 겪는 남편을 몰아부치며 껴안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지금 많이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의 마음이 바뀐 이유는 간단했다. 전에는 그냥 흘려들었던 40여년 남편의 인생살이를 찬찬히 되돌아보니 '남편의 오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고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진 성격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으로 변하라고 한 자신이 외려 우스운 사람이었다는 거였다.
그래서 지금은 자랑할만한 일자리도 아니고 월급은 쥐꼬리 만큼이지만 그게 남편으로서는 최선을 다해 벌어오는 것이기에 두손 높이 들어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한인들 상담 건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바로 부부간의 갈등이다.
그런데 갈등의 근본원인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배우자가 바람을 왜 피우는지 폭력은 왜 휘두르는지 왜 그렇게 가정에 무책임한지 이유를 모르겠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원인을 모르니 그런 상황이 생기면 화를 내고 화를 내다보면 감정에 사로잡혀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없게 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저 상사는 내가 하는 일을 왜 그렇게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저 후배는 일을 시키면 왜 깔끔하게 처리를 못하는지 그저 마음에 안들어하고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지 "저 사람이 왜 그렇까" 그 이유를 관심있게 살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하는 말에 '알고 보면 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얘기가 있다. 옛날 청와대에 출입하던 선배가 "가까이서 대하니 전두환 대통령도 괜찮은 사람이더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지금 배우자 혹은 자녀 직장 선후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면 "왜 저럴까" 비난만하지 말고 마음과 귀를 열고 "진짜 왜 그렇까" 상대방에 대해 그 사람 입장에 서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아다시피 어떤 경우든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해하게 된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또다른 선택의 문제다.
며칠전 꽃집앞을 지나다보니 백합 장미 튤립 등 온갖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모양 다르고 색깔 다른 꽃들을 보면서 화려한 꽃은 화려한 대로 수수한 꽃은 수수한 대로 예뻐하는데 왜 남편이나 아내 아이 동료들은 생긴 모양대로 예쁘게 봐주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꽃에 물주듯 비난 대신 칭찬과 사랑을 준다면 그도 나름 생긴대로 한몫을 할텐데…. 어느가수가 목청껏 외쳤듯이 분명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가.
